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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조병화의 ㅡ순수고독, 순수 허무
글쓴이 관리인 등록일 2020-07-16 오전 9:42:29 조회수 41



인간관계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 이라든지 우리들 만이라단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을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오면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 시집 『공존의 이유』에서 
나에겐 그리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피하며 사는 버릇이다. 나이 들며 이 버릇을 고치려 많은 노력을 했으나 그리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좋아하는 사람도 그 사람, 싫어하는 사람도 그 사람, 적당히 살다 적당히 작별을 할 사람들이 아닌가. 아무리 좋아하고 사랑한다 하더라도 다 그런대로 서로 타인이 아닌가. 또한 아무리 싫어하고 미워한다 하더라도 그 사람 그런대로 또한 인간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더라도 생리적으로 다가드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풀어 놓고 살아야지, 바람이나 구름처럼 살아야지 하면서 아직 그걸 다 풀어 놓지 못한 옹색한 철학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려 애를 쓰고 있는 거다.  이 시는 가장 좋아하던 친구 한 사람과 감정이 서먹서먹하게 되었을 때 같이 술을 나누며 생각하던 쓸쓸한 나의 심정이다. 깊이 사귀고 많은 시간을 같이하고 실로 많은 이야길 했기 때문에 이것이 무너져 가는 아픔은 어떤 정리 없이는 좀 견디어 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렇게 남자들 사회에 있어서 그 우정이 상했을 때 그 고립과 분노, 그걸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을 하나의 시로써 매듭을 지었던 것이다.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오늘날의 도시적 우정들, 그 인간관계에 있어서 나는 나의 경험으로 이러한 뜨거우며 차고 뜨거운 어느 거리를 두고 있는 현대 인간관계를 생각하곤 하는 거다.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주제가에 흐르고 있는 가사 내용이 먼저 들은 나의 시를 스크린에서 반복해 주고 있는 걸 발견하면서.  --------------------------------------------------------------             

 『시간속에 지은 집 』  1990.5.20. 인문당 

   책 머리에 이곳에 신작 수필을 전부 털어넣어서 수필집을 하나 꾸미기로 했다. 참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수필집을 냈지만 지금 나의 인생은 그대로 시요, 수필이요, 그림입니다. 그림은 취미였고, 인생의 휴식이었지만, 시와 수필은 모두 나의 철학이요, 인생관이요, 그 사생관이었다. 나는 그렇게 한평생을 외골로 살라왔으니까. 내가 나를 생각해보아도 실로 순수일념으로 나를 살아온 것 같다. 그저 부지런한 나의 운명, 그 인생의 길을. 요즘은 매일 매일을 나에게 주어진 생애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니까 이 원고들도 마지막으로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인생 마지막 편지처럼 생각을 하고 있다.  마지막 원고, 마지막 편지, 마지막 인사, 이러한 생각으로, 이 수필집에 그러한 원고들을 모았다. 참으로 많은 언어들, 그 속에 묻혀 있다. 나, 그 내가 그 어느 분에게 발견되어 위로 받았으면 한다. 그 분을 나도 위로 시키면서
.                                    1990. 2. 4. 입춘절
                          
안성 편운재에서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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